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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신문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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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필로스논술학원| 작성일17-01-18 15:01| 조회6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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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이청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 아우의 죽음은 이청준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벽촌이던 고향에서 광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고향 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법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뒤로 하고 그는 문학의 세계에 눈을 돌리고 독문학과에 진학했다.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 이청준은 그의 소설에서 정치·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 관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언어의 진실과 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른바 언어사회학적 관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출처 : 예스24]

 

이어도 목차 :

건방진 신문팔이 / 안질주의보 / 줄 뺨 / 이어도 / 뺑소니 사고 / 낮은 목소리로 

장 화백의새 / 마지막 선물 / 구두 뒷굽 / 필수 과외 / 따뜻한 강

사랑의 목걸이 / 해공의 질주 

 

+ 책 미리보기

 

밤 버스가 서대문 정류소만 들어서면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낀 그 잠바 소년의 가분수형 머리통이 제일 먼저 출입구를 비집고 올라왔다. 시간이 바쁠 때는 가끔 그를 못 보고 서대문을 지날 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이제 서대문을 지날 때는 자기도 모르게 녀석의 모습을 찾게 되곤 했다. 녀석을 못 보고 서대문을 지나게 되는 날은 제물에 괜히 마음들이 서운해지곤 했다.

 

녀석은 우리들에게 가로등 같은 소년이었다. 녀석은 우리들에게 서대문의 가로등이었다. 녀석이 보이지 않는 날은 그의 등불이 꺼져 있는 날이었다. 우리들의 가로등 하나가 불이 오지 않는 날이었다. 녀석을 보지 못하는 날은 불이 오지 않은 가로등 사이를 건너갈 때처럼 마음의 균형이 어긋나 있곤 했다.

 

하지만 그런 날은 좀처럼 드물었다. 녀석은 언제나 서대문에서 우리를 기다렸고 우리는 그 소년의 가로등을 지나갔다.

 

하지만 녀석에겐 그보다 아직 더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녀석은 늘 신문을 팔기 위해 차를 비집고 올라와서도 신문을 파는 데는 정작 마음을 쓰지 않았다. 녀석은 언제나 느릿느릿 여유가 만만했고, 은밀스런 비밀을 숨기고 있는 소년처럼 그 가는 실눈 속에 괴상한 웃음기를 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의 목소리를 즐기고 있는 듯한 가성기의 목소리로 예의 대사를 외어 나갔다.

 

하지만 딱 한 번이었다. 언제나 그 한 번뿐이었다. 느릿느릿 여덟 개의 신문 이름을 외고 나면, 차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번 되풀이할 시간이 없었다. 신문을 팔 시간도 없었다. 대사만 외고 나서 번번이 차를 쫓겨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서두르거나 중간에서 대사를 중단한 일이 없었다. 대사를 외면서 신문을 파는 일도 없었다. 대사를 외워 주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던 듯이, 그것만 끝내고 나면 미련 없이 차를 내려가 버릴 때가 많았다. 손님 중에서 신문을 사주고자 해도 미처 기회를 못 잡고 마는 수가 많았다. 신문을 사지도 못하고 차를 내린 소년이 정류소로 들어서는 뒷차를 향해 가는 모습을 내다보고 눈길이 멍해질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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